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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4 인생의 목표 (6)

한국 나이로 올해 스물 아홉 먹은 오스트리아 청년 하나가 - 이 청년은 평소에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너무 게을러서 싫다고, 자기는 일본 사람들 처럼 언제나 열심히 일하고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 좋다며 자기도 여기서 취직해 평생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사람이다 - 니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 묻기에, 한참을 생각하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라고 대답했더니 그 청년은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유인 즉슨,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고,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아서라, 여긴 말이지, 일을 하지 않아도 먹을 음식과 입을 옷과 내 한몸 누일 곳을 아낌없이 베푸는, 야근 수당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고 일하다 떼어먹힌 돈이 있으면 당장에라도 자기 변호사를 찾아갈 수 있는 너희 나라 오스트리아 같은 곳이 아니란다, 일하지 않으면 먹을 것이 없어서 오십 넘은 중년 남자가 굶어 죽은지 한참만에 발견되고 아직 사춘기도 못 겪어본 어린 아이가 부모가 버렸는지 어쨌는지 조그만 여관방에서 죽은채로 발견되는 그런 비정한 땅이란다, 그래서 나는 귀찮아도 꼬박꼬박 아르바이트를 해야하고 가끔은 물새듯 사라지는 지갑 속의 돈을 바라보며 한숨도 쉬어야 하고 뭐 그래야 한단다, 했더니 더욱 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더 이상은 영어로 뭐라 설명할 재간이 없기에 아무튼 그건 그렇고, 너 오늘 작문 숙제는 다 했니? 이런 식으로 어물쩡 화제를 돌려버렸다. 속으로는 아휴, 나이도 적지 않은 사람이 저리 철없는 소리를 늘어놓아서 어쩌누, 혀를 끌끌 차면서.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매주 있는 담당교수와의 런치 미팅과 일본인 튜터와의 약속에 가기 싫다고 징징대었더니 - 다른 학생들 담당교수와 튜터는 너무 무관심해서 탈인데, 내 담당교수님과 일본인 튜터는 나에게 너무 관심이 많아서 부담스럽다 - 예의 그 청년이 하는 말. 거 봐라, 너는 니 인생의 목표와는 정 반대로 살고 있지 않느냐, 네가 정말로 가기 싫다면 더 이상은 시간이 없다고 그들에게 말하고 다음부터 그 미팅이든 약속이든 참석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 가끔씩 너도 그렇고 일본 사람들은 'no'라는 소리를 못해도 너무 못해, 라며 이번엔 자기가 혀를 끌끌 찬다. 아니, 이 녀석이 뭐가 어쩌고 어째, 하려고 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허긴, 그 청년 말에 틀린 것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내가 하기 싫은 일이면 하기 싫다 어떻다 징징대기 전에 그냥 한 마디, no,라고 말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무얼 바라 그리도 하기 싫은 일에 no,라고 말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으면서 아니야, 그래도 이건 해야 해, 저건 무엇이 이렇고 저러니까, 그건 정말로 어쩔 수 없었어, 라며 말도 안되는 합리화를 거듭하며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그냥 머물러만 있는가. 원래부터가,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 무엇이나 완벽한 사람은 이 세상에 한 명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애저녁의 일이었는데.


여하튼, 한국에서만큼은 아니지만 여기에 와서도 정신을 차려보니 앞뒤 재지 않고 벌인 일들이 몇 가지 되긴 된다. 그 중의 몇개는 정말로 내가 꼭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저 no,라고 말하는 순간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yes라고 말해버린 것도 있다. 이제와서 지금까지 이미 저질러버린 결정들을 번복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앞으로 내 앞에 벌어질 수많은 일들을 대비해서, 다시 한 번 내 인생의 목표를 되새길 때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는 정말로, 앞으로, 절대로, 다시는, 이런 후회는 하지 말아야지. 이건 맹세코, 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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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4 20:15 2007/11/14 20:15
daily life l 2007/11/1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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