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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7 떠나는 노래(D-4) (4)

어릴때부터 모아오던 노래 테이프며 CD같은 것들을 정리하고 있자니 막상 배웅을 하거나 먼 데 갔다 돌아오는 내용의 노래는 있어도 나처럼 잠시 떠나기로 한 사람의 심정을 읊는 노래는 별로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에 실린 노래 이외에 알고 있는 노래들을 가만가만히 짚어보아도 그런 내용의 노래는 역시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 인간이란 본디 엉덩이 붙이고 편히 앉아 있으면 떠나가는 일 같은건 생각도 안나는 게으른 존재인가보다, 혹은 여행을 앞두곤 들뜬 마음에 노래같은걸 만들고 앉아있을 정신따윈 없나보지, 그것도 아니라면 노래는 언제나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거나, 하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 와중에 문득 생각난 한 동아리 선배. 일전에 '탕아가 되어 먼 길을 떠났으면 차라리 그곳에서 콱 죽어버리기라도 할 일이지 돌아오긴 왜 돌아오냐'는 내용의, 장정일이 쓴 에세이 이야기를 하며 자기도 '돌아온 탕아' 따위는 되고싶지 않다고 말하던 그 선배였다. 그 선배가 그런 말을 한 것은 뉴질랜드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다 반년만에 귀국한 직후였는데, 그 때 또 한 얘기가 자기가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는 순간 이어폰에서 오아시스의 'stand by me'가 나오더라며, 순간 자기도 모를 감격에 벅차올라 그 때부터 그 노래를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선배의 이야기를 들은 후 그런가보다 싶어 다시 stand by me를 들어보았지만, 노래가 명곡이긴 하나 나에게는 그 선배가 그렇게도 눈을 반짝이며 열을 낼 만치의 느낌은 전해지지 않았다. 하긴, 그 때의 그 경험은 온전히 그 선배의 것이니 절대로 내 것이 될 수는 없을 것이라, 애초에 그런 기대치를 갖고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무리였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stand by me는 처음부터 그 선배의 '떠나는 노래'지 나의 '떠나는 노래'는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아직도 나만의 '떠나는 노래'를 정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나에게 stand by me의 감동을 설파하고 돌아오지 않는 탕아를 꿈꾸었지만 사실은 원래가 스스로 탕아이길 거부했던 - 그러나 우리 중에서는 가장 탕아의 기질이 농후했던 - 그 선배는 나에게 탕아 운운한 직후 한국은행 시험을 보겠다고 공언하더니 공부 반년만에 떡하니 합격해 주위를 놀라게 하질 않나, 해서 지금 당장은 '떠남'이란 단어와도, '탕아'라는 단어와도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뭐, 남의 생활사 같은 걸 말해 무엇하랴, '떠나는 노래'니 '탕아'니 하며 주절주절하고 있는 사이에도 시간은 흘러흘러 명절치레를 한 후 나는 다시 한 번 몸살을 앓고 있고 일본으로 가져갈 짐들을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으며 두 번이나 손을 봤음에도 여전히 쥐파먹은 것 같은 머리를 보고 약간 신경질을 내고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일단의 생존을 위해 일본여행회화책 따위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출발을 나흘 앞두고 있다.

덧> 이 글을 쓰는동안 생각난, 나만의 '떠나는 노래' 후보곡을 아래에 붙여둔다.

Pale Shoe - Body in the Wind



기억나지 않는 태양 날개 없는 새
내 기억 저편에 멈춰버린 시간들
돌이킬 순 없어도 찾을 순 없어도
결국 모든 것은 상관없는걸

I can't hear the wind on this earth
Why should I remember my name
How can I say I am happy
Now I can see you and I say hi

기억나지 않는 변명 나를 잊은 상념
잊혀진 서랍속 멈춰진 옷을 입고
이젠 희미해진 오후의 깃발
이젠 관심 없는 지친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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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7 19:42 2007/09/27 19:42
daily life l 2007/09/2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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