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왜 월요일을 싫어하는지, 사무실 같은 곳에서 하루에 열 시간 정도만 앉아있다보면 알게 된다. 이 사무실 안에서 평소 내게 주어지는 일은 단순업무의 반복으로 별다른 전문지식을 요구하지도 않고 그저 몇 가지 절차를 외울 수 있는 지능만 있다면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는 그런 것이다. 허나 가끔은 그 단순업무들이 얽히고 설켜 일상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의 기지와 순발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여기는 모 대학 모 건물의 운영실, 설날과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에 오전 아홉시 부터 오후 열시까지 계속해서 운영되는 곳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은 하루 삼교대로 돌아가는데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탓에 평소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저지르는 소소한 일들이 평소에는 눈에 잘 뜨이지 않지만 일단 임계치가 넘어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곪은 상처가 그러하듯 뻥, 하고 터진다. 특히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종종 이런 일들이 생기곤 한다. 아마도 주말의 공백이 일을 더욱 해결하기 곤란하게 만드는 거겠지.

그리고 나는, 월요일 근무자다. 월요일은 오늘도 어김없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하였다. 딱히 어느 누구의 잘못이라고 꼬집어내기는 곤란하지만 세미나실이 중복 예약되었는데 한 쪽은 학교에서 운영하는 견학 프로그램이고 또 한 쪽은 자신들에게 예약 우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단체였으며 실상 각자 자신들에게 사용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모두의 의견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에 나는 또 한번 매우 난처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옆 자리의 공익근무요원은 비효율적인 운영실의 시스템을 비난하며 일정 정도 수수방관한 태도를 취하고 있었고 내 눈앞에 들이닥친 단체의 장은 어떻게든 해 보라고, 온 몸으로 이 아무것도 하는 일 없는 한심한 월급도둑아, 라는 식의 기운을 팍팍 내뿜고 있었다. 잘난 학관 공사 덕택에 학교 내 운영기관들이 이 건물의 여유공간을 야금야금 좀먹었고, 학생들은 더 이상 갈곳이 없어 갈팡질팡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단지 몇 가지 단순업무를 반복하는 댓가로 쥐꼬리만한 월급을 받아먹는, 학교 안 권력구조의 가장 말단에 위치한 내가 어쩔 줄 몰라 쩔쩔매고 있다. 실상 나에게 주어진 권한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나를 바라보고 내가 무언가 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누구에게 부탁할 깜냥은 되어(그리고 나는 은근히 이것을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행정실의 한 선생님께 말씀드려 다른 기관에서 빼앗다 시피 한 조그만 공간의 열쇠를 받아내 사용권을 주장하던 한 단체를 그리로 안내하여 그들의 분노를 조금은 잠재울 수 있었다. 덧붙여, 거기에 부족한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해 주느라 햇살도 제대로 비추지 않는 추운 겨울에 등줄기에 땀이 죽죽 흐르도록 부가 노동을 하면서 정말 죄송하게 되었다고 굽신거리며 내가 이 운영실을 대표하여, 정말로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온 몸으로 나타내었다. 허나 일이 어느정도 진정되었나 싶을 즈음, 이제는 본부 학생과에서 전화가 걸려와 왜 연극공연장을 주말에는 사용불가능하게 해 놓았는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아니, 주 5일제를 세상에서 가장 철저히 지키는 것이 당신들 아뇨, 당신들은 휴일 근무는 커녕 점심시간 꼬박꼬박 챙기고 칼퇴근까지 하면서 다른 사람보곤 그 날 나와서 일 좀 하라고 이렇게 당당한 태도로 말할 수 있는거요, 그리고 내가 만든 건물도 아닌데 나보고 어쩌란 말이오, 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학생들이 운영하기에는 장비들의 조작이 너무 복잡하며, 그 장비를 조작하시는 전문기사분들은 주말에는 출근을 안하시기 때문에 공연장을 사용할 수 없다는 등의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놓으며 최대한 공손하고 사무적인 태도로, 그리고 친절히 이야기하는 수 밖에 없었다. 완곡하게, 하지만 분명히 거절의 뜻을 나타내면서. 몇 분 후에 '윗 분'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내 모든 나긋나긋한 전화 응대가 수포로 돌아갔지만.

결국 월요일이란 이런 날이다. 원래 주어진 단순 업무와 그에 대한 보수로 또한 나에게 주어지는 월급에 비해 너무도 많은 일들이 - 그리고 그러한 일들의 대부분은 별다른 보람을 느낄 수 없는 일이다 - 한꺼번에 일어나는 날인 것이다. 이런 월요일은 나에게, 잘났지만 재수없는 이들의 레파토리 - '억울하면 출세나 하려무나'라는 식의, 혹은 전 세계 모든 공무원들의 전매특허 - '이것은 내 책임소관이 아니니 딴데 가서 알아보시오'라는 식의, 정말로 내가 싫어하는 그런 식의 부조리한 감정들을 복받치게끔 만든다. 그래서 나는 월요일이 싫어졌다. 세상의 모든 무책임한 감정과 분노와 태만이 태초에 월요일이 있었노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혹여 아직도 월요일이 왜 싫은지 정말로 모르시는 분들은 사무실 같은 곳에서 열 시간 정도만 앉아있어 보시라. 그러면 아마 당신도 월요일을 싫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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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5 21:06 2007/02/05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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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뎅엽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요원 출신으로써;; 동감합니다....

    말단이면서, 알건 다알지만. 일이 생겼을때의 권한은 어디론가 가고 없다는거요..ㅠ_ㅠ

    2007/02/06 10:01
    • 飛정상 2007/02/07 1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래저래, 어딜가나 치이는 느낌이 들긴 하더라구요. 1년을 넘게 근무했는데도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내 책임소관이 아니니 딴데가서 알아보시오"
    (혹은 정말 막가면 "아니 그걸 왜 여기와서 그러나?")
    ............아아아아 정말 싫어. (파르르)

    2007/02/08 14:34
    • 飛정상 2007/02/08 14:45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런데 여기 앉아 있으면 어쩔수 없이 그래 지더란 말이오.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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