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맘 때, 여성주의에 대해 '한 물 갔다'고 말한 사람에게 화가 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건 단지 유행으로 치부될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방식이라고 - 그 사람에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3년 후가 지난 지금, 무엇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누군가를 '꼴통 페미'라 칭하는 어떤 사람 혹은 무엇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하는 누군가를 '운동권'으로 칭하는 어떤 사람의 눈 앞에다 대고 전과 같이 반박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굳이 변명을 해야 한다면 '하고 싶은 말들이 목구멍에 차 오르기도 전에 피곤함이 몰려왔다'고 말할 수 밖에. 나는 말을 꺼내지 않았으므로, 아니, 꺼낼 수 없었으므로,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린 것과 같았다.
내가 과연 어느 편에 서 있고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문제는 쉬운 것이 아니다.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는 건 예전부터 알았지만, 스스로가 그렇게나 모순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 괴롭다. 특히나 어렸을 때의 나는 내 스스로가 당연히 '행동하는 편'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드러나는 부분은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 나를 부끄럽고 힘들게 만든다. 차라리 자신을 철저히 합리화 할 용기라도 가졌으면 좋으련만 - 그 역시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무엇이 나를 한 발짝씩 물러나게 만드는가, 무엇이 나를 주저하게 만드는가. 그 근원을 알게 되면 나는 달라질 수 있을까. 글쎄, 지금은 그것을 알게 되는 것 조차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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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으며 고통을 느낍니다. 포기나 좌절과는 다른 장애로 인해, 그것이 소통의 단절이거나 아니면 다원성에 대한 인정이거나 상관 없이, 나 자신의 일부가 스스로에게서마저 소외되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막다른 골목에 서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하지요.
2006/11/19 19:36이렇게 잠시나마 그 고통에 귀기울여 드릴 뿐.....
하지만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게 가장 씁쓸하지요. 아무튼 귀 기울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가끔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가만히 생각하며 지내는 것도 필요하니 너무 스스로를 다그치지 마셔요. 깊은 생각 끝에 이뤄지는 한 번의 움직임은 그 어떤 움직임보다도 더 강력하니까요. ^^
2006/11/20 00:01너무 가만히 있는것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현이님의 격려가 힘이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