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누라이프의 누군가가 자진하여 중도 터널에 분향소를 차려놓았다. 꽃을 바치고 향을 피우려는 학생들이 그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지지기반이 약해 늘 악전고투하는 그를 보고 안타까워 한 적은 많아도 정작 나는 단 한번도 그의 지지자였던 적이 없다. 동시에 TK 사람들이 무조건적으로 가지고 있는, '전라도 놈들'과 '열린우리당 혹은 민주당'에 대한 적개심과도 거리가 멀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한 마디로 나는 좋게 말해서 '중립적'이고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회색분자'인 거다. 그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처음 들었을 때도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슬픔'이나 '죄책감'이나 '분노'같은 것이라기보다는 '실망'에 가까운 것이었다. 설사 그가 부정을 저질렀다고는 해도, 그는 자신의 치부 앞에서조차 지금까지 해 왔던 것 처럼 속 시원히 답해주리라는 믿음(혹은 그렇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보기좋게 배신당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나 역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틈을 타 향을 피우고 그의 사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인간이 명을 달리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조의를 표할 이유가 된다. 게다가 표면상으로 그 인간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나 결국 그 선택의 방아쇠는 이미 오래 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던 내 자신이 당긴 것이었다. 무언가를 앞장서서 한 사람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던 사람 모두, 결국에는 그 죽음에 대한 원인 제공자이자 공범자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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