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하는 학생의 집에는 조막만한 요크셔테리어가 한 마리 있다. 가족간에 미묘한 신경전과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 그 집에서도 그 녀석은 온 식구들의 사랑을 듬뿍받는 존재라는 것을 온 몸으로 보여주며 '개팔자가 상팔자'라는 옛말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허나 그 녀석이 받는 애정의 양과 가족 내에서 녀석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의 눈은 언제나 촉촉히 젖어있고 애처롭기 그지 없다. 아마도 그건 그 녀석이 늘 사람의 애정과 손길을 갈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 녀석은 기회만 되면 기를 쓰고 그 좁은 방문 틈새를 비비고 들어와 내 주위를 어지러이 돌아다니고 발라당 누워 예의 그 애처로운 눈빛을 마구 쏘아댄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같은 인간 조차도 어쩐지 그 조그만 짐승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생겨 손을 뻗어 털이라도 한 번 쓰다듬어 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한 구석에 생겨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튼튼한 몸과 네 다리로 어디든 쏘다닐수 있게 만들어진 몸임에도 좁은 집에 갇혀 사람 눈치나 살피고 살아야 하는 그 녀석의 신세가 가여워지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애초에 나는 그 녀석이 바라 마지 않는 종류의 관심과 애정을 아낌없이 줄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답받지 못하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에 보답할 수 없는 사람은 경국 쌍방 모두가 슬퍼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오늘 동아리 선배네 집에 놀러갔다 본 고양이 두 마리는 과외하는 학생집의 그 녀석과는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인사를 하고 좀 놀아달라는 뜻을 담은 눈빛을 쏘아보내고 어떡하면 저들의 관심을 살 수 있을까 궁리하며 그 앞에 납작 엎드려도 어찌된 일인지 그들은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는다. 주인 앞에서조차도 데면데면하게 구는 그 도도한 생물들 앞에서, 한 때 세상의 모든 네 발 달린 짐승을 불쌍히 여기는 동시에 한 편으로는 혐오하였던 이 가련한 인간이란 존재는 마침내 일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게다가 공교롭게도, 그 때 내 앞에는 나츠메 소세키 선생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어느 한 페이지가 보란듯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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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녀석들, 까망이(위)와 노랑이(아래)

어떻게 해서라도 일말의 애정을 보답받고 싶었던 나는 고 두 녀석들이 못내 야속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는 근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의 관심과 애정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도 그들은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크고 둥근 눈은 언제나 형형하고 바라보고자 하는 것을 똑바로 주시하며, 만일 이도 저도 아니라면 아예 처음부터 고개를 돌려버린다. 게다가 그들은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 적절한 밀고 당기기 같은 것을 천성적으로 터득함으로서 쉽사리 따라 할 수 없는, 비할 데 없이 훌륭한 처세술을 보여주고 있다.

평소 나는 눈매가 올라간데다 날카롭게 생긴 탓에 고양이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다. 더군다나 만일 인간을 개과(科) 인간과 고양이과 인간, 이렇게 둘로 나눌 수 있다면 나는 당연히 고양이과 인간으로 분류될 것이라 철석같이 믿어왔던 사람이다. 그러나 최근의 내 모습은 고양이가 아닌 개에 가깝고, 아마도 그래서 애정을 얻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조막만한 강아지의 모습이 내심 불편했는지도 모른다. 정작 닮아야 할 것은 고양이의 생김새가 아니라 그들의 초연한 자세와 평정심, 그리고 또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그들의 환상적인 처세술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오늘 밤 부터 다시 한번, 고양이과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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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2 22:52 2007/08/12 22:52
daily life l 2007/08/12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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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1t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개가 풀려서 집을 나갔는데 개목줄을 사가지고 와보니 결국 개집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더라고요. 메여있지 않지만 메여있는 존재인가봐요. 가끔 들르는 고양이를 개들은 부러워할까요?

    2007/08/1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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