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대여섯번쯤은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심술궂게도, 내 주변의 몇몇 흡연자들은 또 하나의 흡연자가 늘어나는 것을 은근히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이거 한 대 빠는 순간엔 적어도 지금 당장의 근심걱정 정도는 잠시 잊어버릴 수 있지, 라고 하는 듯한 태도를 언제 어디서건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일이 진행되어가는 상황이 벽에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도 모르게 슬몃, 담배 생각이 나고 만다.
물론 돈 버려가며 내 몸 해코지 하는 짓은 죽어도 못하는 덕에 그 생각은 매번 미수에 그친다. 대신 나는 아침마다 화장을 한다. 화장이라고 해봤자 요란뻑적지근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간신히 얼굴에 칠만 하는 수준이라 화장이라 부르기도 쑥쓰럽지만, 아무튼 적어도 화장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행여나 오늘 하루의 준비가 어긋날세라 화장을 하는 행위 자체에 온 마음을 다하기 때문인지 한순간 마음이 텅 빈듯한 시간이 찾아온다. 제대로 담배를 피워보지 않아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역시 번잡스런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그 순간적인 경험을 계속 추구하다 담배에 중독되어 버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다른 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 마냥 화장을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불교의 여러가지 수행법 중에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 숨 쉬는 것에서부터 걸음걸이 하나에까지 - 에 온 정신과 마음을 쏟는 방법이 있다. 매일 정신을 집중하여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 있던 불성을 깨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나는 적어도 매일 아침 화장하는 그 순간만큼은 수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그것이 귀찮고 또한 그것이 화장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초라한 것이라 할 지라도 이제 나는 결코 화장을 그만둘 수는 없다.
덧> 이제서야 알아차렸는데, 이 포스트가 태터1.0으로 마이그레이션 하고 나서 작성된, 꼭 100번째 되는 글이었다. 불현듯, 하루에도 몇천개씩 달리는 스팸 트랙백과 덧글 때문에 할 수 없이 계정에서 지워버려야 했던 예전 블로그가 그립고나.
daily life l 2007/04/18 12:20
물론 돈 버려가며 내 몸 해코지 하는 짓은 죽어도 못하는 덕에 그 생각은 매번 미수에 그친다. 대신 나는 아침마다 화장을 한다. 화장이라고 해봤자 요란뻑적지근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간신히 얼굴에 칠만 하는 수준이라 화장이라 부르기도 쑥쓰럽지만, 아무튼 적어도 화장을 하는 그 순간만큼은 행여나 오늘 하루의 준비가 어긋날세라 화장을 하는 행위 자체에 온 마음을 다하기 때문인지 한순간 마음이 텅 빈듯한 시간이 찾아온다. 제대로 담배를 피워보지 않아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들 역시 번잡스런 마음을 잠재울 수 있는 그 순간적인 경험을 계속 추구하다 담배에 중독되어 버린 것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 역시, 다른 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 마냥 화장을 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불교의 여러가지 수행법 중에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 - 숨 쉬는 것에서부터 걸음걸이 하나에까지 - 에 온 정신과 마음을 쏟는 방법이 있다. 매일 정신을 집중하여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가다보면 어느 순간, 내 안에 있던 불성을 깨치는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나는 적어도 매일 아침 화장하는 그 순간만큼은 수행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아무리 그것이 귀찮고 또한 그것이 화장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초라한 것이라 할 지라도 이제 나는 결코 화장을 그만둘 수는 없다.
덧> 이제서야 알아차렸는데, 이 포스트가 태터1.0으로 마이그레이션 하고 나서 작성된, 꼭 100번째 되는 글이었다. 불현듯, 하루에도 몇천개씩 달리는 스팸 트랙백과 덧글 때문에 할 수 없이 계정에서 지워버려야 했던 예전 블로그가 그립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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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행여나 담배같은건 입에도 대지마세요.
2007/04/19 13:24저처럼 됩니다. -_-;
제 주변에도 이렇게 적극 만류해 주시는 분들이 많으면 좋겠는데요,
다들 심술쟁이들에다 엉덩이에 뿔난 사람들 뿐이라서 허허;;
프릭님도 건강 생각하셔서 담배 조금만 줄이세요~
얼마 안 살았지만..
2007/04/20 02:56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담배를 배운거랍니다.. -ㅅ-
이 열렬한 반응들!;
오랜만에 오신 추남님도 건강 생각하셔서 담배 조금만 줄이세요~
숨쉬는 게 가장 힘들다는 것을 얼마전에 깨달았지요.
2007/04/20 12:14네, 숨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요.
담배피시면 미워해드릴게요.
담배같은것에 사람의 호오가 좌우되다니 조금 슬픈데요.
저에겐 담배가 그런 존재입니다. 제가 담배를 싫어한다고 제 앞에선 담배를 피지 말아줬으면 하고 말하면 담배 피는 사람들은 그러마하지만 얼마 뒤에는 제 앞에서 담배를 피더군요. 양해를 구한다곤 하지만...담배란 녀석이 저와의 약속을 깰만한 존재라는 게 마음에 안들거든요.
약속을 깨는 사람은 미워하되 담배는 미워하지 말지어다... 하지만 저도 그런 사람들을 몇몇 알고있죠. 아무튼 이 소심한 성격이 천지개벽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엔 담배를 피우지 않겠습니다.
오랜만~ ㅋㅋ
2007/04/20 22:52담배 생각나게 살고 있는것이야? ㅎ
회복하시게
오랜만~;
그냥 옛날에도 문득문득 유독 담배가 생각나던 때가 있었더랬지. 요즘은 그래도 옛날보다는 잘 적응하고 살아 ^^ 암튼 고마워!
저 또한 하루에 여러번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생각과 실제로 여러번 행동에 옮기었지만, 당췌 좋은 느낌은 없더군요.
2007/04/21 01:44게다가 몸에서 받질 않아서.. -_-
담배만큼 무익한것도 없다던데, 그만큼 좋은것도 없는것 같으니,
세상사 무상이로다;
동치미님 말씀대로 세상사 무상이네요. 허허.
저도 몇번 시도는 해봤는데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모를 정도로 그냥 그랬어요. 그래도 가끔씩 힘들때마다 담배 생각이 나는걸 보니 마치 제가 파블로프의 개라도 된듯싶네요.
백번째 글 축하-
2007/04/21 02:15고마워^-^
담배라니.. 때끼!!!
2007/04/21 11:39담배가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던 시절도 아닌데 무슨!!!!
잘못했어요 엉엉 ;ㅁ;
담배의 나쁜 점은 주변 사람들을 걱정시킨다는거야. 아빠가 담배피우실때 괜히 속상한 그런 거 말이지.
2007/04/21 23:52친절한 비정상씨가 되기 위해서는 그러면 안되.
하지만, 화장은 좋아. 빨간 아이섀도를 하고 한마디 해주는거야............'친절해 보일까봐요.' 꺅.
난 이상하게 스모키 메이크업이 좋더라. 내가 하면 꼭 팬더같아보이긴 하지만. 히히.
화장하시느눈여........
2007/04/22 00:12얼굴에 칠만 하는 수준이라 부끄럽다네.
교정하는동안 담배피면 교정기 뺐을때 그 자리만 하얄까봐
2007/04/30 04:00휴연하고 있어 나는;;
뼈를 깎는 노력의 자세가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구나!